임신을 결심하기까지
연애한지 만 5년, 결혼한지는 2년 반 정도가 되어가는 2024년 가을, 2세를 계획하기로 남편과 이야기를 나눴다.
2세를 가질지 말지를 가지고 남편과 오랜시간 고민해왔다. 사귄지 1년이 채 안된 2020년 여름, 제주도 여행에서 처음으로 자녀 계획에 대한 서로의 생각 차이를 확인했었다.
남편은 조카들이 너무 예뻐서, 첫째 조카가 태어난 이후로 자신은 자녀를 갖고 싶다고 했다.
나는 예전부터 우리 엄마가 워킹맘으로서 우리 삼남매를 키우느라 개고생한 것을 봤기에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았다. 인터넷의 발달로 출산이 얼마나 여자 몸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지 알게되면서 더 안 낳고 싶어졌고 말이다.
그리고 지난 4년간 나에게 들볶인 우리 남편은 네 말이 다 맞는 것 같다, 너 말대로 출산하면 네 몸이 크게 상하고, 커리어면에서도 네가 나보다 더 손해보는게 맞다. 낳기 싫으면 낳지 말고 그냥 둘이 살자고 말하기에 이르렀다. ㅎ
그럼에도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 이유는, 주변 친구들이 아이를 낳고 키우는 모습들이 행복해보였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집도 화목하다. 평균나이 30세의 내 동생들도 내 눈에는 아직도 귀엽다. 내 자식을 낳는다면 당연히 너무나 사랑스러울거라는걸 나는 진작부터 알고는 있었다. 다만 그 귀요미를 손에 얻기까지 내가 감내해야할 비용(신체의 손상, 커리어, 시간 등)이 크기 때문에 주저하고 있었을 뿐.
그리고 육아에 있어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리스크는 남편의 육아참여도가 저조할 가능성 (한 마디로 우리 아빠같을까봐.. 아빠 죄송..) 이었는데, 몇년간 남편이랑 살아보니 그럴 가능성이 높지는 않아보였다.
아무튼 그래서 2024년 9월부터 임신준비를 시작했다.
배란테스트기, 산부인과 배란초음파
나는 확실한걸 좋아하는 자이기 때문에 2세를 갖기로 마음먹은 다음부터는 배란테스트기와 산부인과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배란일을 파악하여 그날 전후로 숙제를 했다.
원포 배란테스트기(다이소에서 5천원?에 판다)를 사용했는데, 몇천원짜리 주제에 산부인과 전문의 선생님 만큼이나 날짜를 잘 맞췄다. 배란테스트기가 피크를 찍고 그 다음날 옅어졌다면 그 사이에 배란이 된 것인데, 귀신같이 산부인과 쌤이 숙제하라고 하신 날짜와 일치했다.
난자의 목숨은 하루, 정자의 목숨은 이틀이라고 하니, 숙제는 이틀 연속으로 할 필요는 없고 하루 걸러 하루 하면 된다. (배란일 전날, 배란일 다음날이 이상적) 물론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틀 연속해도 무방하다.
첫번째, 두번째 시도는 실패했다. 각각 생리예정일 2, 3일 전 검붉은 냉이 나오길래 착상혈인가? 했는데 그냥 생리였다.
세번째 시도하던 달에 산부인과에 가서 자연임신 확률이 몇 %냐고 여쭤보니, 이렇게 배란일을 받아서 숙제를 해도 자연임신 확률은 20% 정도라고 하셨다. 즉, 아무 문제 없는 사람이라 하여도 5~6개월 정도 자연임신에 실패할 수 있다고.
30대 후반이라면 6개월 내에 자연임신이 안되면 바로 이런저런 검사를 권하시는데, 난 갓 생일이 지난 만 33세였으니, 이 정도 나이면 1년까지도 지켜본다고 하셨다.
세번째 임신 시도하던 달에는 배란일 전후 3일 모두 숙제를 했다(평일이라 매우 힘들었다!).
임신테스트기 두 줄 확인, 임테기 역전 시기
나의 경우 지병이 있어서 꾸준히 먹던 약이 있는데, 임신을 하면 끊어야 하는 약이었다. 그래서 최대한 빨리 임신여부를 확인해야 했다.
얼리 임신테스트기 시기는 배란일 + 10일부터라고 하길래, 나도 얼리 임테기로 배란일 + 10일째에 검사를 했다.
뜨헉, 드디어 매우 연한 두줄을 보았다!! 심지어 아침 첫 소변도 아니고(hcg 농도는 아침 첫 소변에 가장 진하기에, 생리예정일 이전이라면 아침 첫 소변으로 검사를 권한다) 점심 먹고 뒹굴다가 한번 해본건데 말이다.
다음날부터 아침에 눈 뜨자마자 임테기를 했는데 매번 두줄이 나왔다. 아직은 산부인과에 가도 아무것도 볼 수 있는게 없기에 배란일 + 3주에 방문하기로 예약했다.
보통 지난 생리일 기준 + 5주에 방문하면 아기집을 볼 수 있다는데, 나는 생리 주기가 긴 편이라 지난 생리일 기준으로는 + 5주 5일째에 병원을 방문하게 된 셈이다.
임신테스트기 두줄을 확인한 나의 첫 심정은, 숙제를 더 이상 안 해도 되어서 기뻤고 (세번째 시도하던 달에는 해외출장을 갔다온 당일에도 짐 풀고 씻고 숙제를 했다.. 피곤해 죽는줄 알았다…) 그러나 당장 내년 여름에 사람이 태어난다니 내가 잘 키울 수 있을 지, 좀 무서웠다. 오묘한 감정이 들었다.
입이 근질근질해서 동생과 친한 친구 두어명에게는 커밍아웃을 했다. 산부인과 의사선생님이 쓴 책들을 탐독한 결과 초기 유산율이 20%에 달한다지만, 어차피 혹시라도 잘못되더라도 다 얘기할 사이들이니까.
다른 여느 초기 임산부 분들처럼 임신테스트기 지옥에 빠져서 매일매일 임테기를 확인했다.
집에 남아있던 슈얼리 얼리 임신테스트기로 첫 나흘을 확인했고, 그 이후에는 친구의 추천을 받아 원포 임테기로 확인했다. 원포 임테기가 얇아서 쭉 세워놓고 임신테스트기의 두줄의 진하기를 확인하기가 좋다고 했다.
배란일 + 18일차인 12/1 드디어 대조선보다 시험선이 더 진해지는 임신테스트기 역전이 되었다.
하루라도 빨리 아기집을 보고 싶어서 다음날인 월요일 병원에 전화해서 임신테스트기 역전이 되었는데 혹시 오늘 가도 되냐고 여쭈니, 임신 극초기에는 하루하루가 다르니 예약한 날(수요일, 배란일 + 21일)에 오라고 하셨다.
임신 4주차, 임신 극초기 증상
나의 경우 임신 4주차 증상은 다음과 같았다.
✅ 애는 점 하나 만할텐데, 이상하게 임테기 확인 나흘만에 4kg가 쪘다.
추후에 산부인과 선생님께 여쭤보니 아마 임신 극초기 증상으로 부은거일거라고 하셨다. 다행히 글을 쓰고 있는 지금(5주 3일차)에는 도로 2kg가 빠졌는데... 남은 2kg는 왜 안 빠지는지? 아마 아기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나보다.
챗 지피티에게도 물어보니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 가슴이 묵직한 느낌
✅ 딱히 더 졸리다거나 하는 컨디션 난조는 아직 없음
하지만 임테기 역전을 확인한 주말 (배란일 + 18일) 정말 인간 쓰레기처럼 누워서 유튜브로 임신 출산 관련 영상만 오지게봤다..
✅ 병원 예약 시 운동은 12주차(안정기) 까지 조심해야 한다셔서 헬스장 잠깐 정지해 둠
배란일 + 21일에 병원 진료 받을 때 의사 선생님이 가벼운 운동은 괜찮다 하시고(옆 사람과 대화가 가능할 정도), 유튜브 찾아보니 다른 산부인과 선생님들도 다들 임신 중 운동을 권하시길래 그냥 다시 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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